대한컬링경기연맹이 부실 행정 논란에 휩싸여 이슈가 되고 있다.
23일 쿠키뉴스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이하 ‘컬링연맹’)이 신세계·이마트로부터 약 72억원의 후원을 받았지만, 대표팀 훈련에 사용한 돈은 2억 4,924만원에 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후원금의 3.4%만 훈련비에 사용한 컬링연맹은 나머지 후원금을 그해에 모두 소진해 예산 부족 사태를 자초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컬링연맹이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신세계 후원금 내역에 따르면 이들은 최대 후원사인 신세계·이마트로부터 지난 2012년부터 7년간 총 72억 7,191만 1천원을 받게 됐다.
이 중 ‘신세계·이마트’를 타이틀로 진행한 대회 비용 및 상금을 제외하면 산술적으로 50억 8,950만 7천원이 남는 셈이다.
컬링연맹 측은 남은 50억원은 8가지 항목으로 분류돼 시·도지부 지원, 대행수수료, 국내 대회 방식 변경, 남녀 대표팀 국제대회 출전, 연맹 운영 및 직원 인건비 등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대표팀 훈련에 배정된 예산 항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처음부터 연맹이 올림픽 메달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에 소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의 경우 단 한 푼도 대표팀 훈련에 자금이 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는 큰 질타를 받고 있다.
컬링연맹 측은 “대표팀 지원이 당연히 중요한 걸 알았지만 당시 집행부 내부 분열로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행부가 정상 가동되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도 대표팀에 집행된 훈련비용은 총 4차례에 걸쳐 7,899만원이 전부인 상황이다.
또한 연맹은 매년 받은 약 12억 5천만원의 후원금을 그 해에 모두 소진하며 예산 부족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2012년 하반기에 받은 5억원은 그 해 4억 9,734만 4천원이 사용돼 소진율이 99.4%에 달하는 셈이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총 62억 7천만원을 받아 모두 그해에 사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 컬링 대표팀은 단 1원의 연맹 포상금도 받지 못하는 등 빈약한 지원에 허덕였다.
스노보드 은메달리스트 이상호가 스키협회에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컬링연맹은 집행부 내홍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체육회가 파견한 관리위원이 임의로 연맹을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팀을 맡았던 피터 갤런트 코치는 “연맹 운영진 중 상당수가 컬링을 하나도 모르는 군인 출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훈현 의원실은 “기업 후원사의 적잖은 지원에도 연맹은 시대착오적인 비용 집행을 했다”면서 “이 결과 컬링 대표팀의 훈련 여건은 매우 취약했는데, 여자 대표팀이 은메달을 딴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