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수도권 등에 집중된 기록적 폭우로 1만여대에 가까운 침수차가 발생한 가운데 올 가을 중고차 시장에 침수차가 대거 유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 1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 정오까지 국내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피해 차량 건수는 9189건에 달한다고 한다.
추정손해액은 1273억7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손해액은 지난 20년간 역대 최고치다.
앞서 피해가 가장 컸던 사례는 지난 2020년 7~9월 장마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이 전국적으로 한반도를 휩쓸었던 때로 피해건수는 2만1194건, 피해규모는 1157억원이었으며 이번에는 집중호우 기간이 짧았음에도 폭우가 외제차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대에 집중돼 역대급 손해규모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외제차 수천여대를 포함해 1만여건에 가까운 침수차가 대거 발생하자 중고차 시장에는 ‘침수차 주의보’가 발령됐다. 침수로 전손 처리된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폐차가 원칙이며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관련 규제 등이 허술해 폐차 대상인 차량이 사설 수리 등을 마치고 중고차 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부분 침수된 차량은 수리를 통해 중고차로 나올 수 있는데, 침수된 차량은 수리를 거치더라도 차량 내부에 유입된 물로 전자장비 등에 잦은 고장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는 올 가을 중고차 시장에 침수차가 대거 유통될 수 있다며 “향후 2년은 중고차 구매를 피해라”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던 A씨는 “다음달 쯤 캠핑용으로 중고차를 사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최근 폭우로 발생한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가을쯤 대거 풀릴까 걱정”이라며 “당분간은 중고차 구매 계획을 접어야 겠다”고 했다.
B씨도 “이번 폭우 때문에 구매하려고 했던 중고차 대신 트림이 낮고 저렴한 신차를 사려고 생각을 바꿨다”고 전했다고 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 등을 통해 침수차 구매를 우려하는 한편 각종 ‘침수차 구별법’을 공유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섯다고 한다.
차에 탔을 때 꿉꿉한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라, 창문 틈새를 잘 살펴라 등의 팁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침수차 구별법’은 다음과 같다.
①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확인하기
침수차를 찾아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보험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카히스토리’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침수차량 조회 메뉴를 통해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무료로 침수 여부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자차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거나, 차주가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수리한 경우 침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침수 여부에 대한 정보 역시 2~3개월 마다 한번씩 입력하게 돼 있어 최근 한 달 사이에 침수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록이 없을 수 있다”며 “보험사를 통해 수리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침수 여부를 알 수 없는 등 ‘카히스토리’는 1차적인 확인 작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②개인간 직거래 X, 정식 딜러 통해 구매하기
무엇보다 중고차 구매 시 개인간 거래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식 중고 자동차매매 사업자(딜러)에게 구입할 경우, 침수 사실을 허위로 고지한 후 침수 사실이 밝혀지면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100% 환불 받을수 있다. 계약시 ‘침수 사실이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특약사항을 별도로 기입하면 더 좋다. 개인 직거래를 통해 구매할 경우에는 침수차임이 확인되어도 보상 받을 길이 없다고 한다.
③주요 전장 부품 오염 여부·제조일자 대조하기
차량 내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침수차 판별에 도움을 준다. 물로 세척하기 힘든 차량 하부의 주요 전장 부품(ECU:전자제어장치, BCM: 바디제어모듈 등)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전장 부품 등에 표기된 제조일과 차량 제조일을 대조해보는 것이 좋다. 제조일이 서로 다를 경우 최근 침수 등의 피해로 부품 등을 교체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④안전벨트 끝까지 당겨보고, 창문 틈 빛으로 비춰보기
퓨즈박스에 흙먼지가 쌓이거나 부식됐는지의 여부도 필수 점검 사항이다.
무엇보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끌어 당겼을 때 진흙과 물 때 흔적이 있다면 침수차일 가능성이 높다.
또 창문을 아래로 내린 상태에서 유리 틈 사이에 밝은 빛을 비춰 오염 여부를 살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 매트를 걷어내 바닥재가 오염됐는지와 침수로 인한 습기에 따라 쿰쿰한 냄새가 나는지를 확인해도 침수차를 구별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며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법을 모두 동원한다 하더라도 비전문가가 침수차를 확실하게 걸러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안전벨트를 당겨보고, 도어 트림을 뜯어내는 등의 방법으로 침수차 여부를 점검할 수 있겠지만, 비전문가의 경우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년 여름마다 침수차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중고차 구매시 침수차 확인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는 매년 ‘침수 중고차 구매를 주의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침수차 이력 관리 시스템 강화 등 관련 제도를 마련해 침수차를 걸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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