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킬미힐미’를 보았다면 7개의 인격을 갖는 것이 실제 가능한 일인지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개의 인격을 가진 여성의 사연이 전해지며 사람들은 놀라는 한편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06년 영국의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여성 킴 노블(Kim Noble)의 사연을 전한다.
그녀는 우리에게는 다중인격장애로 익숙한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앓고 있다.
아직 많은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병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끔찍한 현실을 버티기 힘들었던 환자들이 스스로 여러 개의 인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각의 인격들은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한 몸에 공존한다.
공개된 사연 속 여성 킴에게는 무려 20명의 인격이 있다. 그녀의 인격들은 어떤 예고도 없이 나타난다.
이에 킴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어떤 장소에 가게 됐는지, 자신과 마주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가 처음 자신의 병을 인지한 건 10대 때였다. 그녀와 사귀었던 연인들이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는 킴을 보았다며 킴이 바람을 피웠다고 추궁했던 것이다.
킴 또한 몇 년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연인 행세를 하며 다가오는 걸 경험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거식증을 앓는 15세 소녀 주디(Judy), 학대당한 기억이 있는 리아(Ria), 킴의 인격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중년 여성 패트리샤(Patricia), 딸을 청소년 복지센터에 보내고 그리워하는 어린 엄마 다운(Dawn), 그리고 21세의 남성 켄(Ken) 등 다양한 자아가 킴의 몸에서 살아가고 있다.
킴의 자아 중 어린 엄마 다운이 그리워하는 딸은 실제로 킴이 낳은 아이로 현재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에이미(Aimee)이다.
킴은 에이미를 낳은 뒤 어렵게 에이미의 양육권을 되찾아 에이미를 키웠지만 안타깝게도 ‘다운’이라는 인격은 이미 성인이 된 자신의 딸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인격이 자신의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킴은 각각의 인격과 소통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거나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하루 평균 5번이나 인격이 전환되는 탓에 킴의 일상은 매우 혼란스럽다. 샤워한 기억이 없는데 몸에서 비누 향기가 나거나 제모가 되어있을 때가 있다.
또 마트에 다녀왔는데 냉장고가 텅텅 비어 있거나 음식으로 가득 차 있을 때가 있다. 특히 거식증을 앓는 주디가 나오는 날에는 킴은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빈번한 인격 전환으로 인해 본래의 자아인 킴의 인격은 언제 나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킴과 다른 모든 인격들은 ‘미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재능을 갖고 있었다.
12년 전 심리상담사의 권유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본 것을 기점으로 20개의 인격들이 각각 개성 있는 그림을 그렸다.
천차만별의 스타일을 보여주기에 킴은 어떤 인격이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인격들 모두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진 덕분에 그녀의 작품들은 런던의 지브라 원 아트 갤러리(Zebra One Art Gallery)에 전시될 수 있었다.
이 갤러리는 살바도르 달리, 프랜시스 베이컨과 같은 세계적인 화가들이 작품을 전시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킴의 담당의들도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자아가 분열된 것은 끔찍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끔찍한 트라우마에 대한 방어기제로써 새로운 인격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킴은 “진단 결과에 무척 겁이 났다. 어린 시절에 나도 모르는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의 인격 20개 중에서 이러한 진단 결과를 받아들인 인격은 단 3~4개뿐이라고 한다. 나머지 인격들은 부정하고 있다.
킴은 각 인격들과 소통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쪽지를 남겨둔다.
엄마의 질병에 적응한 딸 에이미는 킴의 모든 인격들과 사이가 좋다. 또 킴의 다른 인격들도 에이미를 존중하고 아낀다고 한다.
킴이 자신의 병 때문에 때때로 절망하거나 용기를 잃기도 하지만 든든한 딸 에이미가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드라마 킬미힐미의 주인공처럼 킴도 하루빨리 자신의 병을 치유하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
아래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킴의 인격 중 몇몇과 마주할 수 있다. (자막 없음)
*영상출처: Youtube – The Oprah Winfrey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