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을 돌리다보면 ‘차별없는 구호의 정신’을 외치며 월 3만원씩 정기 후원을 호소하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의 광고를 자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병든 지구 반대편 아이들을 위해 정기 후원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유니세프’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정기후원 취소’가 첫 연관검색어로 소개된다.
유니세프의 최근 행보가 후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뉴스타파가 고발 등을 통해 알려진 유니세프의 실체는 충격적이었다.
1.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UN 직속 기관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니세프가 유엔(UN) 산하 국제기구한국 유니세프 위원회가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관으로서 스위스 제나바 유니세프 본부의 직속기관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사실 국내 여느 다른 후원기관처럼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하다.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유니세프 본부와 계약 관계에 있는 독립적인 사단법인이다.
유엔 본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이름만 빌려온 사단법인인 것이다.
‘유니세프’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2. 사무총장은 600만 원짜리 비즈니스석만 고집했다.
유니세프는 본질적으로 구호단체이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의 행동은 유니세프의 정신을 잘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지난 3월 8일 뉴스타파는 유니세프 위원회 간부가 해외출장 때 다른 좌석보다 2~3배 비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만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서대원 전 사무총장은 20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내부 사정 잘 아는 직원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 총장은) 해외출장 때마다 다른 항공사보다 2-3배 더 비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만 이용했다. 비용은 아랑곳없이 ‘나는 대한항공을 이용해야 대우도 잘 받고 편하다’며 가격은 전혀 신경쓰지 못하도록 일축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더 이상 가격을 비교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대원 전 사무총장이 해외출장 명목으로 이용한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가격은 약 640 만원이다.
640만 원으로는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약 6천여명에게 한 달 동안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3. 성희롱 의혹, 내부고발자는 해고
아동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유니세프는 정작 직원들의 인권은 무시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내부 문제를 고발한 직원을 해고했다.
해고당한 직원은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인사, 전략 등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 팀장까지 맡았었다.
해당 직원은 사내 임직원들에게 서대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의 비위 의혹을 내부 고발했다가 지난해 12월 유니세프를 떠나야했다.
당시 해당 직원은 대출 과정에서의 배임 미수 의혹, 부당 채용 추진, 그리고 성희롱 의혹 등을 제기했다.
내부고발 이후 사내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약 8개월 간의 조사활동을 벌였지만, 조사위원회는 서 총장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내부 고발을 했던 직원은 임직원들 간 불신을 조장하고, 직원들을 소집해 집단행동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는 후원 회원수만 40만명에 달하는 한국 유니세프 위원회 후원금은 지난해 기준 1,450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단체다.
이는 기독구호단체 월드비전 이후 두번째 큰 규모이자 실제 유니세프 국가위원회가 운영되는 중인 34여개 선진국 중 3위다.
이렇게 많은 후원자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유니세프 역시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