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가 도착했다는 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가는 한 의사의 뒷모습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응급실의 하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터뷰 도중 뛰쳐나가는 의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는 지난해 4월 방송된 EBS ‘메디컬 다큐-7요일’의 한 장면으로, 당시 제작진들은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 응급의료센터의 24시간을 다루었다.
매일 수많은 위급 환자들이 오가는 응급실은 이 날따라 조용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았고, “조용할 때 조용하다고 말을 안 하는 게 저희끼리의 불문율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던 중 제작진은 한산한 틈을 타 응급의학과 정윤현 교수에게 짧은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 때 저 멀리서 심정지 환자가 들어왔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정윤현 교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자에게 달려갔다.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응급환자에 의료진들의 이런 행동은 일상이 되었다.
밥을 먹다가도, 차트를 넘기다가도 응급실 문 밖에서 소리가 들리면 가차없이 뛰어나가야 한다.
조금 전까지 인터뷰를 하려던 의사는 어느새 이동식 침대 위로 올라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심정지 상태에서 4분을 넘기면 뇌에 손상이 오기 시작하고 10분을 넘기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의료진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급히 심폐소생술에 매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응급실에 들어온 지 12분이 지난 상황, 환자의 심장은 끝내 다시 뛰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의료진들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윤현 교수는 “‘내가 왜 못 살렸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많이 한다”라며 착잡해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가 오가는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환자를 위해 헌신한다.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