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엄마 아빠가 ‘동생’이라며 낯선 아기를 데려왔고, 그렇게 나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맏이가 됐다.
맏이들은 단지 동생보다 몇 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남모를 서러움을 겪는다.
‘네가 누나니까’, ‘듬직한 오빠잖니’라는 말을 들으며 어린 나이부터 의젓해져야만 했던 맏이들.
조금은 빨리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전국의 첫째들이 공감할 만한 서러운 순간들을 모아보았다.
#1 무조건 내가 양보하라고 할 때
첫째에게 ‘양보’란 그저 숨 쉬듯 해야 하는 일이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동생을 위해 기회를 넘겨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에게 간식이나 장난감을 양보할 때 들었던 “착하다”는 칭찬은 어느덧 족쇄가 되었고, 양보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2 동생이 어리니까 이해하라고 할 때
똑같이 싸움을 해도 항상 부모님은 항상 동생이 아닌 나만 혼낸다.
아주 어릴 땐 억울해도 그냥 넘어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동생의 못된 행동들을 다 참고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시도때도 없이 동생을 챙겨야 할 때
사지 멀쩡한 내 동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스무살이 넘도록 밥 차리는 법을 모른다.
혹은 알고 있지만 부모님이 집을 비우고 형·누나와 둘만 남게 되면 밥 차리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숙제, 집안일, 진로 결정 등 사소한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나는 늘 알아서 잘 해야 하고 동생은 내가 챙겨야 한다.
이번 생이 처음인 건 나도 마찬가진데!
#4 동생에게만 관심을 줄 때
나도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인데 동생에게만 쏟아지는 부모님의 관심 때문에 괜히 어린 동생을 미워한 적도 있다.
부모님은 나보다 동생을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똑같은 일을 해내도 동생이 더 칭찬받을 때가 있어 서럽다.
#5 매사 비교 당할 때
성적이든 외모든 조금이라도 동생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면 “너는 누나(오빠)가 돼서”라는 말로 시작하는 부모님의 꾸중을 들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계속되는 비교는 자존감을 낮추고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6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
부모님이 나에게 거는 기대가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장남과 장녀의 책임감은 나에게 착한 아들, 착한 딸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7 가족들이 나에게 너무 의지할 때
동생과 고작 몇 년 터울인 나는 가장도 아니고 그저 부모님이 일찍 낳은 자식일 뿐이다.
언제부터인지 부모님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게 ‘생활비’를 요구하거나 동생에게 용돈을 줄 것을 넌지시 기대한다.